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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이슈

“아이 더 낳으라더니 보육정책은 후퇴… 이해 못해”


이서화·김한솔·이효상 기자 tingco@kyunghyang.com

ㆍ무상보육 중단 위기에 부모들 분통 터트려

경기 안산에 사는 이도연씨(36)는 두 살과 세 살배기 두 아이의 엄마다. 맞벌이를 하는 이씨는 두 아이를 모두 어린이집에 보낸다. 이씨 부부가 매달 어린이집에 내는 원비는 큰애 몫 30여만원이다. 지난 3월부터 정부가 시행한 만 0~2세 무상보육정책에 따라 작은애 몫 40여만원은 전액 지원받고 있다. 무상보육이 조만간 중단될 수 있다는 소식에 이씨는 “어떻게 1년도 안돼 나라 정책이 그렇게 쉽게 바뀔 수 있는지 화가 난다”고 말했다. 그는 “3월부터 무상보육 지원을 받아서 ‘세금 낸 보람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것마저 엎어진다면 더 이상 정치를 믿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최근 무상보육 중단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씨처럼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맡기고 있는 부모들 사이에서는 걱정과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서울시 중구 서소문동 서울시청 어린이집에서 영·유아들이 보육교사들과 놀고 있다.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서울 구로구에 사는 세 아이의 엄마인 김모씨(34)는 무상보육이 중단되면 둘째를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나와야 할 것 같아 걱정이 크다. 김씨는 큰애의 유치원비로 월 70만원 정도 나가는데 남편 혼자서 버는 수입으로는 30만원 정도인 둘째의 어린이집 원비까지 낼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정부는 재벌 아이들에게도 무상보육을 할 수 없다는 논리를 대지만 정작 부잣집 아이들은 무상보육과 상관없는 고가의 사립 전문교육기관으로 간다”며 “무상보육이 중단되면 우리 같은 중산층들만 피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일각에서 제기되는 것처럼 무상보육이 선별적 시행으로 바뀌면 집이나 차를 소유하고 있는 중산층들 상당수는 혜택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중산층이라도 자녀가 2~3명이어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내야 하는 이들은 매달 들어가는 돈이 최소 70만~100만원에 달해 가계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김씨는 “정부가 저출산이 문제여서 아이를 더 낳으라고 하면서 보육정책은 오히려 후퇴시키려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4개월 전 셋째 아이를 출산하고 육아휴직 중인 엄모씨(34)도 걱정이 태산이다. 엄씨는 “셋째 낳으면 지원을 많이 해주는 것처럼 말하는데 막상 도움되는 것은 별로 없다”며 “내년 5월에 복직하면 막내를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는데 무상보육 지원이 끊긴다고 하니 주변에서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밝혔다.

어린이집 원장들 또한 정부의 졸속행정을 지적했다. 서울 종로구의 ㄱ어린이집 원장은 “우리와 같은 국공립어린이집은 무상보육 이전에 정원이 꽉 차 있어서 크게 달라진 점은 없지만 현장에 있는 우리들도 잘 모를 만큼 처음부터 졸속행정이었다”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의 ㄴ어린이집 원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엄마들의 관심이 큰데 아직 구청이나 행정관청으로부터 아무런 공문이나 언질 등을 받은 게 없어서 답답하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3월 제도가 시작될 때도 아무런 사전 공문이 없었고 엄마들이 인터넷 보고 먼저 알아서 물어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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